당신이 내게 주신 선물
박다희
당신이 해마다 보내주신 선물
펼쳐보지 못하고 구석에 차곡차곡 쌓아둡니다.
늘 상 반복되는 삶에 지쳐
하루하루 버티는 것 마저 힘들어 잊고 지낸 선물상자
구석진 자리 먼지 쌓인 빛바랜 선물상자
오늘에서야 펼쳐보니 오색의 물감입니다.
코발트 빛 푸른 하늘을 헤엄쳐 다니는 붉은 고추잠자리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에 살포시 내려앉은 노랑나비
잘 차려진 황금밥상 사이를 줄기차게 날아다니는 참새 떼
철지난 엄니 아부지 옷을 빌려 입고 한껏 폼 잡는 허수아비
봄날 초록 물감 한 방울 떨어뜨려 만들어 놓은 들판
시시각각 옷을 바꿔 입고 그들만의 고운 언어로 사랑을 나눕니다.
오늘은 당신이 제게 보내주신 가을과 비로소 깊은 사랑에 빠져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