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다리는건 가을만이 아니다

내가 기다리는건 가을만이 아니다.
 
                                 박다희
 
이 한여름지나면 내게 어떤날이 오건데
그리도 여름이 지나기길 기다렸는지?
 
덥다 덥다 그 어떤 해도 이리 더웠으리
한낯 한더위가 어서 지나가길
갈라진 마른땅위에 비가 내리길 애타게 기다리듯
더위가 나를 얼마나 고달프게 했으면
여름이 하루바삐 지나길 애태웠나
 
그래 타들어가던 여름 지나 가을이 왔다
가을이 너가 무엇이길래 이리도 애타게 기다렸단 말인가
가을 너가 무얼 찾아 내게 올거라고
 
여름지나 가을이 내게 찾아오면 늘 그랬듯이
그리움을 실어 차가운 바람 한줄기 데리고 왔지
가슴속에 남아둘 그리움 한조각도 남아있지 않는데
내 마음속에 남겨두었던 무언가를 꺼내기 위함인지
꺼내놓을 아무것도 없는 빈가슴에
무얼 담아 두었기에
 
누군가를 기다릴땐 그 계절이 가을이라면 좋겠다.
누군가를 떠나보낼때도 가을이면 좋겠다.